젊은 시절에는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어라, 내 몸이 왜 이러지?' 하고 이상을 느꼈을 때쯤, 내 손엔 고혈압과 고지혈증 판정표가 쥐어졌다.
"조금만 더 미리 관리했으면 좋았을 걸."
후회는 밀려왔지만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이제라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하려 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잦은 야근으로 몸은 이미 축나 있었고, 좋지 않은 허리는 운동조차 마음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더 황당한 것은 그 뒤에 찾아왔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본격적으로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원인 모를 극심한 무기력증과 빈혈이 나를 덮친 것이다. 건강해지려고 시작한 등산이었는데, 1시간만 걸어도 머리가 팽팽 돌며 현기증이 났다. 역설적이게도 나에게는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때 처절하게 깨달았다. 운동도 결국, 운동을 받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몸'이 만들어져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살부터 빼야겠다 싶어 체중 감량에 도전했다. 하지만 183cm에 98kg라는 숫자는 마치 지워지지 않는 낙인 같았다. 유행한다는 저탄고지(LCHF) 식단을 엄격하게 지속해 보아도 한두 달 반짝 빠지는 시늉만 하다가 이내 무섭게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게다가 내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인 저탄고지는 순간적인 저혈압을 유발하고 빈혈을 더욱 가중시키는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동반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고립 상태에 빠졌다.
만성피로, 무기력증, 그리고 끊임없는 빈혈의 악순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스치듯 뇌리를 스친 정보가 있었다. 고지혈증 약(스타틴 계열)을 먹으면 체내 코엔자임Q10(CoQ10)이 고갈되니 따로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직구 사이트를 통해 '닥터스 베스트(Doctor's Best) 유비퀴놀(Ubiquinol) 100mg'을 주문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유비퀴놀은 CoQ10의 활성형 제형이다.
며칠 뒤 늦은 오후, 회사 사무실로 택배가 도착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자리에서 한 알을 뜯어 삼키고 저녁 퇴근길에 올랐다. 그리고 그날 밤,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는데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온 세상이 너무나도 또렷했다. 뇌 세포 하나하나가 강제로 불이 켜진 것처럼 활성화된 느낌이었고, 도저히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결국 밤을 꼴딱 새우다시피 하며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겨우 눈을 붙였다.
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밤새 정보를 뒤진 끝에 알게 되었다. CoQ10은 세포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발전소를 돌리는 성분이라, 밤이 아닌 낮(점심)에 먹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말이다.
그날 이후 복용 시간을 점심으로 바꾸었다. 결과는 경이로웠다. 매일 나를 짓누르던 만성피로와 무기력증이 상당 부분 씻겨 내려가듯 개선되었다. 몸에 에너지가 도는 것을 느끼며 다시 등산에 도전했다. 비록 고질적인 빈혈 문제까지는 완벽히 해결되지 않아 정상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고개를 돌릴 때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던 이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발전이었다.
이 드라마틱한 경험은 내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내 몸은 지금 '칼로리는 넘쳐나지만, 미량 영양소는 완벽하게 고갈된 영양 불균형' 상태라는 것을. 이 무너진 영양의 밸런스를 잡아야만 비로소 건강의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부터 광적인 탐구가 시작됐다. 유튜브를 켜고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영상을 닥치는 대로 탐독했다. '아, 이것도 내 얘기 같네. 저것도 나한테 꼭 필요하겠구나' 하며 하나둘 장바구니에 담다 보니, 어느새 내 책상 위에는 영양제 통만 20개가 넘게 쌓였고 하루에 삼켜야 하는 알약은 30알을 돌파했다.
한 달 비용만 대략 20만 원 선. 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와 영양제 병들을 요란하게 까뒤집으며 30알의 알약을 한 입에 털어 넣고, 그걸 삼키기 위해 물을 두 컵씩 들이켜는 내 모습을 보며 문득 깊은 회의감이 밀려왔다.
'이게 정말 맞는 건가? 이게 진정 나를 위한 건강 관리일까?'
혼란스러울 때마다 유명 유튜브 약사들이 강조하는 '오·마·비·디·유·씨(오메가3, 마그네슘, 비타민B, 비타민D, 유산균, 비타민C)' 영상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화면 속 약사는 자신이 매일 먹는 영양제라며 수십 알의 알약을 꺼내 보였고, 나는 '전문가인 약사도 저렇게 많이 먹는데, 나라고 안 될 거 없지'라며 애써 자기합리화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내 본질적인 질문이 고개를 들었다. '내 몸과 내 건강은, 저 화면 속 유튜버도, 의사도, 약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오직 나만이 책임질 수 있다.'
눈을 돌려 글로벌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의 바이오해킹 포럼으로 들어갔다. 그곳의 고수들은 훨씬 더 지독하고 미쳐있었다. 그들은 쇠질(웨이트 트레이닝)로 근육을 찢기 위해 영양제를 먹었고, 운동 후 몸이 받은 산화 스트레스와 데미지를 끄기 위해 또 영양제를 먹었다. 활성화된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영양제를 추가하고, 영양제를 너무 많이 먹어 간이 박살 날까 봐 간장제를 더하고, 쉴 때 근육이 빠질까 봐 또 무언가를 먹었다. 심지어 영양소가 과해지면 대사를 돕는 조효소가 필요하다며 비타민 B군을 또 얹는 식이었다.
그 지독한 세계를 지켜보며, 그리고 유튜브의 수많은 의학 전문가들의 데이터와 AI의 정밀한 조력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무식하게 알약만 늘리던 무모함에서 벗어나, 내 몸의 컨디션에 따라 어떨 때는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어떨 때는 순하게 다독이는 나름의 정교한 영양제 조절 노하우(알약 다이어트)를 갖추게 되었다.
이 투박하고 치열한 기록을 비로소 정리해 두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내가 건강을 되찾기 위해 걸어왔던 발자취를 스스로 박제해 두고 싶었고, 혹시나 나와 같은 기로에서 영양제를 먹어야 할지 말지,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헤매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되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 나의 스펙트럼은 다음과 같다.
- 간 수치: 매우 정상 (6개월 전만 해도 간 수치가 높아 빨간불이 켜졌었다.)
- 콜레스테롤: LDL, HDL 모두 정상 (고지혈증 약을 복용 중이므로 LDL이 올라갈 일은 없다.)
- 중성지방 & 혈당: 현재 상위 기준치를 살짝 상회하는 수준 (하지만 이 또한 6개월 전에 비하면 대폭 감소하며 안정화되는 추세다.)
- 당화혈색소 (HbA1c / HbA1c-IFCC): 정상 범위 턱걸이 수성 중.
- 적혈구 지표 (만성 빈혈의 원인): 적혈구 수치(RBC)는 여전히 낮음. 반면 평균적혈구용적(MCV)과 평균적혈구혈색소량(MCH)은 높은 상태. (빈혈은 여전히 쉽게 개선되지 않는 숙제이지만, 그래도 더 나빠지지 않고 정체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첫 글을 적어두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설계한 영양제 루틴과 한 달 전의 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6개월 뒤에 진행할 다음 검사에서 내 몸이 또 어떻게 긍정적으로 해킹되고 변화해 있을지 그 전후 데이터를 정밀하게 비교해 보기 위함이다.
이것이 내 건강을 스스로 책임지기로 선언한 나의 첫 번째 기록이다.
'바이오해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어렸을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비타민 C (0) | 2026.04.28 |
|---|---|
| 한국인에게 필수적이라는 비타민 D3 (0) | 2026.04.22 |
| 비타민 B를 먹고 체력이 좋아지다!! (0) | 2026.04.16 |
| 왠 마그네슘? (0) | 2026.04.13 |
| 오메가3? EPA? DHA? (0) | 2026.03.11 |